목선 귀순 탈북 4명, 어민 신고 받은 뒤 확인.. 동해 '경계 부실' 논란 불거진 이유

북한 주민 4명이 소형 목선을 타고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귀순했습니다. 하지만 탈북한 북한 주민 4명을 처음 발견한 것은 우리 군도, 해경도 아닌 속초지역 어민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우리 군의 해상 감시태세의 허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목선 귀순' 4명의 첫마디 "여기가 어딥니까"

2023년 10월 24일 속초에서 3.5톤 연승어업을 하는 임씨는 이날 오전 7시 10분쯤 조업을 하던 중 '수상한 목선' 한 척을 발견했습니다.
임씨는 이따금 한번씩 교육을 받았던 기억이 났다며 북한 어선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조금씩 목선으로 접근했습니다. 목선에 가까이 접근하자 북한 남성은 경계하는 듯한 눈빛이었다고 임씨는 전했습니다.
배에 접근하자 목선에 타고 있던 남성이 임씨에게 "여기가 어딥니까?"라며 말을 건넸고 임씨는 "여기는 강원도 속초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임씨에 따르면, 옆에는 나이가 좀 있어보이는 여성과 젊은 여성 두명이 있었습니다.
속초 어민, 북한 주민 최초 발견해.. "생수, 담배 건냈다"

이후 말을 건넨 남성은 여성들과 이야기를 하더니 줄을 이용해 임씨의 배와 자신의 배를 묶기 시작했습니다. 임씨는 북한 남성의 당황스러운 행동에 잠시 멈칫했습니다.
임씨는 "정말 당황했다. 뭐 저런 경우가 있나 싶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갑자기 배가 흔들리며 두 배가 부딪힐 뻔 했으나, 북한 남성이 배를 밀어 충돌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담배를 피우던 북한 남성을 바라본 임씨는 담배 1갑과 생수 1개를 건냈습니다. 처음에는 거부했으나, 임씨는 괜찮으니 마시라고 했습니다. 임씨가 건넨 담배를 피웠지는 알수 없으나, 임씨는 생수는 마신 것으로 기억했습니다.

임씨는 "'북에서 왔소?'라고 물으니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았다"며 "'북한에서 왔어요?'라고 되물으니 남성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말했습니다.
마침 군 초계기가 목선 위를 맴돌자 남성은 당황하며 쳐다봤습니다. 임씨는 대한민국 군대니까 괜찮다며 안심시켰습니다.
임씨가 "언제 (북에서)출발 했느냐"고 묻자 남성은 "오늘 아침에 왔다"고 답했습니다.
"한국 배 참 좋네요".. 살려고 귀순한 북한 주민들

북한 남성은 장화에 작업복 차림이었습니다. 나이가 좀 있어보이는 여성은 구두를 신고 있었으며, 젊은 여성은 평상복에 깨끗한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고 임씨는 전했습니다.
젊은 여성은 임씨 배를 보더니 "한국 배 참 좋네요"라고 말을 건넸습니다.
또 당시 배에 대해 임씨는 "딱 봐도 정상적인 배가 아닌 것으로 보였다"며 "소리가 경운기 엔진을 달고 있는 같았으며 2~3톤 정도 돼보였다"고 회상했습니다.

한편 합동참모본부와 동해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10분쯤 강원도 속초시 동쪽 약 11㎞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우리 어선이 북한 소형 목선을 발견하고 해경에 신고했습니다.
속초해경 순찰정은 북한인 4명이 길이 10m가량의 소형 목선에 타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정부 합동정보조사팀에 인계했습니다.
해경이 “어떻게 내려왔느냐”는 물음에 이들은 “살려고 왔다”며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 소식통은 “이들은 우리 당국에 ‘북한에서 생계가 어려웠다’ ‘살기 위해 내려왔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정상 작전" vs "어민 신고" 목선 귀순 '경계 부실' 논란..

다만, 북한 주민들의 목선이 이른 새벽에 동해 북방한계선(NLL)를 넘어 우리 속초항까지 내려올 때때까지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우리 어선에 의해 발견된 것에 대해 해상 감시태세의 허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은 오전 5시 30분쯤 레이더로 북한 목선을 처음 확인했으며 6시 30분쯤 열상감시장비(TOD)로 목선 형상을 식별했습니다.
7시 10분쯤 강원 속초시 동쪽 약 11㎞ 해상에서 조업하고 있던 어선이 목선을 신고했습니다. 8시쯤 현장에 도착한 해경과 해군은 남성 1명과 여성 3명 등 북한 주민 4명의 신병을 확보했습니다.
다만 동해 NLL을 넘은 시점에서 우리 군이 포착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군 관계자는 "동해 NLL 길이가 400여 km가 된다"며 사실상 작전적 제약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군 관계자는 "약 10마일(약 16km) 안쪽에서는 육군 해상 감시 장비 레이더로 포착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 목선 크기는 해군 함정에서도 가까이 오지 않으면 포착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군 당국은 "새벽 4시께부터 동해 NLL 인근 해상에서 특이 징후가 있어 5시께 고속정과 해상초계기(P-3)가 긴급 출동해 다양한 상황에 대비한 작전적 조치를 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고속정과 해상초계기가 긴급 출동한 것은 북한의 귀순 목선을 식별했기 때문이 아니라 NLL 인근에서 북한군의 이상 징후가 있어 출동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군의 이상 징후가 이번 귀순 목선과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단정할 수 없다고 군은 밝혔습니다.
한편, 동해를 통한 목선 귀순은 2019년 강제 북송된 2명이 마지막이었으며, 지난 5월에는 가족 단위 북한 주민들이 어선으로 서해 NLL을 넘어 귀순한 바 있습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대한민국에 잘 오셨습니다. 행복하세요", "저 사람들 문재인 정권때 왔으면 큰일 날뻔", "경계 허술한지보려고 보낸거같음", "저 배가 무장간첩선 이었더라면 저 선장은 북으로 끌려갔다", "걸리면 귀순. 안걸리면 간첩"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