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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먹으려고 일찍 왔지?"...의사협회 연구원장 '소아과 오픈런' 막말에 쏟아진 분노

브런치 먹으려고 일찍 왔지?"...의사협회 연구원장 '소아과 오픈런' 막말에 쏟아진 분노

온라인 커뮤니티 / KBS

우봉식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이 최근 심화된 ‘소아과 오픈런’ 현상을 두고 “젊은 엄마들이 브런치(아침 겸 점심)를 즐기기 위해 오픈 시간에 몰려들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가운데, 이를 두고 부모들의 분노가 터져나오며 논란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오픈런은 젊은 엄마들 때문" 우봉식 원장의 발언

KBS 

2023년 12월 6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우봉식 원장은 최근 발간된 의협의 계간 '의료정책포럼'에 '필수의료 위기와 의대정원'을 주제로 한 시론을 올렸습니다.

우 원장은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 필수의료 공백의 대표적 현상을 두고 정부가 잘못된 진단을 내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우 원장은 이어 "젊은 엄마들이 조금이라도 진료가 마음에 안 들면 맘카페 등에 악의적 소문을 퍼뜨려 문을 닫는 경우도 많아졌다"며 "직장인 엄마들이 늘면서 아침 시간에 환자가 집중되는 것도 또 하나의 원인"이라고 했습니다.

 
SBS

특히 그는 "젊은 엄마들이 일찍 진료를 마치고 아이들을 영유아원에 보낸 후 친구들과 브런치 타임을 즐기기 위해 소아과 오픈 시간에 몰려드는 경우도 있다"며 "소아과 오픈 때만 '런'이지 낮에는 '스톱이다"고 주장했습니다.

우 원장은 '응급실 뺑뺑이' 경우도 "과거 우리나라에 응급환자 분류·후송을 담당하는 '1339 응급콜'이 법 개정에 따라 119로 통폐합되면서 생긴 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는 "법 개정 이후 전문성이 없는 소방대원이 응급환자를 대형병원으로만 보내니 경증 환자가 응급실 내원 환자의 90% 가까이 차지하게 됐고, 이 때문에 중증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뺑뺑이'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브런치는 의사 사모님들이나 즐기는 것" 분노 쏟아낸 부모들

온라인 커뮤니티

이같은 우 원장의 발언에 2023년 12월 7일 맘카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포털사이트 댓글창 등에는 우 원장을 질타하는 부모들의 성토가 이어졌습니다. 부모들의 분노에는 우 원장이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답답함이 깔려있습니다.

부모들은 오전에 진료를 보지 못하면 오후에나 진료가 가능하고 오후 진료 역시 몇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토로했습니다.

한 누리꾼은 "오전 9시30분에만 가도 진료가 마감되기 때문에 오픈런을 하는 것"이라며 "오전에 진료를 못 보면 오후 2시부터 시작되는 오후 진료를 봐야하는데, 이것도 12시에는 가서 접수하고 몇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소아과 접수 대기 경험이 있는 아빠들도 "병원 주차장에서 새벽에 머리도 감지 못한 채 2시간 대기해보고 오픈런이 뭔지 말하자" 같은 의견을 올렸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엑스(옛 트위터)에 한 이용자가 ‘눈 뜨자마자 애 들쳐업고 병원가서 접수해도 기본 대기자가 20∼30명입니다. 라면이나 냉장고에 먹다 남은 음식 털어 먹는 것도 브런치로 봐준다면 저도 오픈런하고 브런치 먹은 엄마’라고 올린 글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맞벌이 부부들의 분노도 거셌습니다. 한 누리꾼은 "워킹맘은 오전 반차 쓰고 아이들 병원에 데려갔다가 양가 부모님 눈치 보며 겨우 오후에 아이들 맡기고 출근하는 게 현실"이라며 "브런치는 의사 남편 빽으로 새치기하느라 진료 대기를 안 해 본 의사 사모님들이나 즐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습니다.

 

맘카페도 들끓었습니다. 맘카페 회원들은 "만만한 게 아이 키우는 엄마냐", "브런치는 무슨 브런치냐.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간다",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분노하는 댓글들이 너무 공감되고 이런 정신 나간 발언이 저출산의 원인 같다" 등의 반응을 쏟아냈습니다.

 

정부의 대책에도 무너지는 '소아청소년과'

경북대학교병원

한편, 이처럼 ‘소아과 오픈런’(진료를 보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현상) 등 필수의료 붕괴 현상이 심화되며 불만이 쏟아지자 정부가 대책을 강구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른바 ‘빅5(서울아산·서울대·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성모병원)’라고 불리는 서울의 주요 대형병원에서 내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에서 대부분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3년 12월 6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 중 서울아산병원을 제외한 4곳은 이날 마감된 2024년도 상반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1년차 모집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전공의는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대학병원 등에서 전문의가 되기 위해 3~4년간 수련을 받는 레지던트를 말합니다.

서울아산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10명 모집에 12명이 지원해 모집 정원을 넘겼습니다. 반면 세브란스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10명 모집에 단 한명도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성모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정원 10명에 4명이 지원했고, 서울대병원은 17명 모집에 지원자 15명, 삼성서울병원은 9명 모집에 지원자 7명에 그쳤습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과거 인기과목으로 꼽혔던 소아청소년과는 최근 젊은 의사들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유례없는 저출산 현상과 저수가로 전공의 지원이 줄어들던 차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전공의 지원율이 추락했습니다.

 

2018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당시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을 구속한 것도 기피현상을 부추긴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2023년도 모집에서는 전공의 지원율이 역대 최저인 15.9%를 찍었습니다.

응급실 뻉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 필수의료 공백현상이 심화하자 보건복지부는 연 300억 원을 투입해 심폐소생술에 나섰습니다. 소아청소년과를 표방하는 의료기관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소아 환자를 초진할 경우 3500원(6세 미만)~7000원(1세 미만)의 정책 가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젊은 의사들을 유인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