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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여직원 신상 털려 퇴사 당했는데”…메이플 ‘남혐’ 집게 손가락, 4050 남성들이 그렸다

“뿌리 여직원 신상 털려 퇴사 당했는데”…메이플 ‘남혐’ 집게 손가락, 4050 남성들이 그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메이플스토리'의 여성 캐릭터 엔젤릭버스터(엔버)의 '집게 손가락' 포즈가 '남성 혐오' 논란에 휘말려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해당 콘티를 제작한 인물이 여성이 아닌 40대 남성으로 드러나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4050 남성들 손에서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2023년 11월 30일 경향신문은 "최근 문제가 된 영상의 최초 콘티는 스튜디오 뿌리가 아닌 다른 업체의 40대 남성 애니메이터 A씨가 담당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40대 남성인 A씨는 넥슨 측에서 제시한 마감기한이 급박해 구해진 추가 인력이었습니다.

 

A씨는 콘티 속 엔버가 왼쪽 손가락으로 반쪽짜리 하트를 만든 뒤, 여기에서 하트가 나오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넥슨

또한 스튜디오 뿌리에서 해당 콘티를 검수하고 총괄 감독한 담당자 역시 50대 남성으로 파악됐습니다.

총괄 감독은 캐릭터의 전반적인 포즈를 연출하는 역할, 감독의 연출 아래 애니메이터들은 배경 작업과 동작을 구현하는 원화·동화 작업을 맡습니다.

 

엔버가 나온 영상은 총 100여 컷으로 30여 명의 애니메이터가 투입됐으며, 당초 집게 손가락을 그렸다고 알려진 뿌리 직원 B씨는 이 중 한 명일 뿐 문제의 장면과는 무관했습니다.

MBC

이번 논란으로 도마에 올라 질타를 받은 B씨는 문제가 된 '집게 손가락' 장면이 아닌, 엔버가 돌면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담당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담당 에니메이터가 아닌 데다 수십 명이 협업하는 구조이기에 특정 장면에 무언가를 '은근슬쩍' 넣을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B씨는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신상이 공개되는 등 남성 이용자들의 집중포화를 받았고, 퇴사 결정이 알려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업체가 만드는 애니메이션 대부분이 같은 작업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엔버뿐 아니라 논란이 된 다른 작업물 역시 악의적 편집이 불가능하다"라는 설명을 내놨습니다.

블라인드

익명을 요청한 한 현직 애니메이터는 "감독도 체크하고, 작화 감독도 한 프레임씩 검수한다"라면서 이번 논란을 조심스레 언급했습니다.

이 애니메이터는 "악의적인 의도가 있었으면 그림 그리는 사람들은 '뭘 의도했네' 하는 게 눈대중으로 보인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애니메이션은 러프 과정, 클린업 과정, 취합해서 최종합성하기 전 확인하는 과정이 다 있는데 웬만하면 다 확인이 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처음부터 알았잖아”

MBC

경향신문은 "넥슨 측은 최초 콘티부터 엔버의 손가락 자세를 인지하고 있었다"라고 짚었습니다.

 

실제로 뿌리와 넥슨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지난 2023년 10월부터 최근까지 콘티를 포함해 8차례 이상의 검사·확인 과정을 거쳤습니다.

매체는 "넥슨 측은 한 달간 콘티, 시사 영상, 전체 영상을 여러 차례 나눠 확인하면서도 손가락 모양을 지적하지 않았다"라고 설명, 업계의 관계자들도 "원청사 의도에 반하는 그림 자체를 넣을 수 없는 구조"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뿌리'

그러나 넥슨 측은 별다른 사실관계 확인 없이 업체 측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이에 뿌리 측은 2023년 11월 26일 오후 4시께 "손가락 모양이 동작과 동작 사이에 이어지는 것이지 의도하고 넣은 동작은 절대 아니다"라는 입장문을 냈습니다.

뿌리 측은 "해당 스태프는 키 프레임을 작업하는 원화 애니메이터로 저희가 하는 모든 작업에 참여하거나 이러한 동작 하나하나를 컨트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해명했습니다.

MBC

그러나 3시간 뒤인 같은 날 오후 7시 김창섭 넥슨 메이플스토리 총괄 디렉터는 유튜브 방송을 통해 "맹목적으로 타인을 혐오하는 데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고, 몰래 드러내는 데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에 단호히 반대한다"라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창섭 디렉터는 "뿌리와 관련된 조사 결과에 따라 메이플뿐만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김창섭 디렉터의 발언을 거론한 경향신문은 "남초 커뮤니티 주장에 따라 엔버의 손가락 모양을 '남성혐오'로 규정한 뒤, 뿌리 측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왼) 블라인드 / (오) 넥슨

보도에 따르면 넥슨은 뿌리 측에 전화를 걸어 "사과문을 올렸으면 좋겠다", "업체에 법무팀을 보내겠다"라는 등의 압박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B씨의 이름과 사진이 담긴 카카오톡 프로필이 무단으로 유출되는 등 뿌리 측이 온·오프라인 상에서 집단적인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라고 알린 경향신문은 "일부 커뮤니티 유저들은 사무실에 찾아가 직원들의 얼굴을 찍어 커뮤니티에 올리거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라고 부연했습니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해 김환민 IT노조 부위원장은 "넥슨이 이 문제를 남혐으로 넘겨짚으면서 모든 책임을 하청으로 돌린 것"이라며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하청 측에 물어보지 않은 것은 넥슨도 적극적으로 사상검증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지적, 다만 넥슨 측은 매체의 해명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습니다.